[인물+] '허니버터칩 열풍' 숨은 주역, 숙명여대 동문벤처

입력 2015-09-28 09:10   수정 2015-09-28 13:54

브랜드호텔 김수민·김윤아·김희진 공동대표 인터뷰
숙대 '산학동아리'로 출발해 주목받는 디자인회사로




[ 김봉구 기자 ] “허니버터칩을 디자인한 뒤 제과업체들 러브콜이 쏟아졌죠. 먹어보고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인기를 끌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허니버터칩이란 이름도 저희끼리 디자인 편하게 얘기하다 나온 거예요.”

달콤 감자칩의 원조 격인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열풍엔 숨은 주역이 있다. 과자 포장지(패키지)를 디자인한 ‘브랜드 호텔’.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 동문들이 힘을 합쳐 만든 회사다.

지난 24일 찾은 숙대 정문 옆 창업보육센터의 사무실은 회사라기보단 동아리방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올해 들어 남자 직원을 한 명 채용했으나 사실상 숙대 동문기업인 셈이다. 김윤아 대표는 “대부분 선후배라 허물없이 얘기하다 불쑥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곤 한다”고 귀띔했다.

김수민·김윤아·김희진 공동대표(사진) 역시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다. 제일기획 아트디렉터 출신인 김기영 교수가 브랜드 호텔의 산파 역할을 했다. 김 교수가 실무교육을 강조하면서 2009년 학생들이 모여 산학동아리를 만든 게 출발점이 됐다. 대학생 때부터 현업 실무를 배우다 졸업을 전후해 2012년 동아리에서 정식 법인으로 전환, 회사 모양새를 갖췄다.

유명 대기업 입사도 마다하고 브랜드 호텔로 뭉친 이유가 독특하다. 이들은 “학생 때부터 외주를 받아 일하면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오히려 디자인 외적인 업무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하고 싶은 디자인에 집중하려면 우리끼리 함께 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초기엔 김 교수가 따온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맡아 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지금은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회사 설립 후 해마다 매출이 200%씩 뛸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여기까지 오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명절 때면 졸업했는데 뭐하냐고 묻는 친척들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했어요. 매일 밤새며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힘들었어요. 이젠 ‘허니버터칩 디자인했다’고 얘기할 수 있죠. (웃음)”

허니버터칩은 브랜드 호텔의 최대 히트작이다. 보통 제품 콘셉트는 정해져 있고 디자인 업체에선 이미지화 작업만 맡는 정도다. 그런데 허니버터칩의 경우 제품명도 안 정해진 상태에서 의뢰가 들어와 기획 업무까지 맡았다. 디자인 과정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다 ‘허니버터칩’이란 이름이 나왔다. “일일이 기획서 쓰고 보고하는 일반적인 회사의 틀에 갇히지 않은 덕분”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허니버터칩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브랜드 호텔은 업계의 블루칩이 됐다. 돼지바 디자인을 맡은 롯데삼강을 비롯해 오리온 크라운 빙그레 등 알만한 제과업체에선 모두 연락이 왔다.


제과업체 러브콜이 잇따랐지만 브랜드 호텔의 클라이언트(고객)는 다양하다. 지난해 리뉴얼한 매일유업 카페라떼, 이마트 식품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 제품군 디자인도 이들의 작품이다. 김수민 대표는 “브랜드 호텔이란 이름은 디자인이 주는 의외성이나 옴니버스 공간인 호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국립민속박물관 로고 등 전반적 디자인 작업도 맡아 했다. 내부적으로는 그런 브랜드 작업을 더 큰 일로 친다”면서 “하지만 대중에게 와닿는 건 제품 디자인 같다. 허니버터칩 흥행 후 이쪽 일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브랜드 호텔은 중소기업의 경우 디자인 비용 대신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고 있다. 동시에 연간계약을 맺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과 업체 중에선 알아주는 교동한과가 이런 케이스다. 개별 제품이 아니라 2년여에 걸쳐 전체 디자인을 바꿔주는 작업을 맡고 있다. 김희진 대표는 “연간계약을 맺은 업체의 일은 오래 하다보니 꼭 우리 브랜드 같다”며 웃었다.

갓 20대를 벗어나는 중인 이들의 고민은 강점인 창의적이고 색다른 접근방식을 잃지 않으면서 회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남자 직원을 뽑은 것도 이같은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여대 동문들이 모여 일하니 아무래도 결과물이 여성스러웠죠. 그런 색깔을 갖는 게 장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궤도에 오르다 보니 좀 더 보편적이고 확장적인 디자인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올해 초 남자 직원을 한 명 채용했어요.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직급 체계나 상여금·복지제도 같은 것도 없었는데 컨설팅을 받아 갖춰가고 있어요.”

동아리에서 시작해 스타트업으로 이어진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성공의 환상만 보고 제대로 된 각오 없이 창업하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처음엔 월 30만~40만원 벌이를 감수해야 했다. 교내창업은 막막함을 떨칠 수 있는 한 방법이었다. 지금은 고문을 맡고 있는 김기영 교수가 회사 초기 프로젝트 과제를 끌어오면서 ‘맨땅에 헤딩’은 면할 수 있었다.

“학교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멘토 같은 존재가 되려고 합니다. 늘 클라이언트 일을 맡아 하는데 ‘우리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죠. 관계를 맺어온 생산·유통업체와 함께 언젠가 브랜드 호텔의 자체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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